피아노는 현악기인가 아니면 타악기인가? 피아노는 현이 있으니 현악기로 볼 수 있고 그 현을 방망이로 쳐서 소리를 내니 타악기로도 볼 수 있겠다. 유명한 피아노로 보센돌프와 스타인 웨이가 있다. 피아노 조율사로부터 지나가는 말로 들은 이야기인데 보센돌프는 피아노를 현악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피아노를 만들었고 스타인 웨이는 타악기라는 관점을가지고 피아노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센돌프는 피아노 몸체를 현악기와 같이 울리도록 만들어서 마치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고 반면 스타인웨이는 피아노 몸체는 음향학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서 울리지 않도록 하고 다만 사운드보드에서만 소리를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센돌프는 빅터 보가(?)라는 유명한 덴마크 피아니스트가 애용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뭐 여기서 잘 알지도 못하는 피아노에 대한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비슷한 질문을 암프에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그래서, 암프는 그냥 가전제품의 하나인가 아니면 악기로 볼 수도 있을까? 암프를 악기로 취급한다면 상당히 억지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암프의 설계철학을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진공관이냐 아니면 트랜지스터냐 혹은 싱글이냐 아니면 푸쉬풀이냐를 놓고 갑론을박 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암프의 설계철학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암프를 단순히 어풀라이언스의 한가지로 보는 관점에서 암프를 설계한다면 암프는 그 요구된 기능, 즉 미약한 음악신호를 충실히 증폭하여 재생시키는 기능을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된다. 이것이 전통적인 엔지니어들의 접근방식이었다.
반면 암프를 악기의 일종으로 간주한다면, 그 음질이 단순히 입력된 신호의 증폭된 판박이가 아니라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여 무드를 살려주는 악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접근방식이 정식으로 전기공학 분야의 훈련을 받고 경험을 쌓지 못한 취미인으로서의 암프 제작자들이 취하는 설계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공관 암프만을 놓고 보더라도 싱글과 푸쉬플 암프간의 논쟁이 있어왔다. 이 싸이트에서도 어떤 사람이 “왜 싱글이어야 하는가” 란 글을 올린 것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진공관 전성시대에 소위 명기급에 속하는 암프들은 모두 푸쉬풀이었다. 유니티 카플링 회로로 유명한 멕킨토쉬를 필두로 마란츠, 허만 카단, 코나드 죤슨, 오이오 리써취 등등. 내가알고 있는 유일한 싱글암프는 웨스턴 엘렉트릭의 WE91A라는 300B 싱글암프다. 1930년대 중반에 나온 이 암프는 극장대여용으로 주로 사용되었다는데 출력 8W, 주파수 특성은 50Hz에서 8KHz를 카버하는 정도로 지금의 기준으로보면 하이파이라기 보다는 미드파이다. 그리고 이 암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년 정도 지나서 바로 WE92라는 300B 푸쉬풀 암프로 대체되었다.
전기 공학에 약간의 소양이 있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면 왜 진공관 전성시대에 푸쉬플 암프만이 생산되었고 싱글 암프들은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없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진공관 전성기에 암프 설계자들은 모두암프 설계로 밥벌이를 하는 소위 푸로팻쇼날 들이었던 반면 진공관 암프 전성시대 이후 싱글 암프시대의 설계자 내지는 제작자들 중에는 이 분야의 직업에 종사해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 보다는 순수 아마츄어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싱글 암프 분야에는 상당한 미신도 떠돌아 다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부품에 대한 미신(?) 들일 것이다. 어느 회사 저항은 좋지 않고 어느 회사 제품이래야 한다든지 카풀링 콘덴사는 진짜 은박지로 만든 것이 좋다는 등, 아니면 케미콘도 불랙게이트 아니면 안된다든지 등등.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부풀려 진 것만은 사실이 아닐까? 가령 저 유명한 일본의 오디오 노트사에서 팔고 있는 암프는 출력트랜스에 은선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은과 구리의 전도도 차이는 얼마나 될까? 그 차이가 과연 귀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일까? 그런데 구리 대신 은으로 감았다 해서 인닥탄스가 늘고 부유용량이 줄어들까? 구리 대신 은을 사용해서 장점이 있다면 아마도 전기 전도도 차이로 인한 직류저항이 비교적 적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정량적으로 그 차이가 얼마나 될까? 1%, 아니면 10%? 잘 모르겠다. 은선으로 감은 출력트랜스를 들어본 일이 없으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컨대 그 차이는 아마도 1%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카풀링 캡 하나에 $100.00 이상을 호가하는 것들도 꽤 있던데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써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싱글 암프는 여러가지 약점이 많다. 디스토숀, 효율, 그리고 출력트랜스의 직류 자화 문제 등등. 따라서 싱글 암프들은 출력에서도 제한을 받고 주파수 특성도 좋게하기가 매우 어렵다. 흔히 싱글 암프는 저역에 약하고 중역이 좋다는 평을 들어왔다.회로 기술의 발달로 특히 부궤환 기술이 출현한 이래, 진공관 고유의 직선성은 그 중요성이 약간 퇴색된 감이 있었다. 반면
효율을 중시해서 3극관에서 빔관, 5극관으로 발전하였다. 이들 관들은 직선성에 있어 3극관에 미치지 못하지만 효율이 좋고 출력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5극관 고유의 비교적 높은 디스토션은 회로기술로 극복되었다.
이런 기술적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싱글 암프는 아무래도 여러 면에서 성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싱글암프
애호가들은 모두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진공관 전성시대에 푸쉬풀 암프를 설계했던 당시로서는 톱 놋치 엔지니어들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프로들이 푸쉬플 암프를 고집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마츄어들의 주장이라고 해서 싱글암프 애호가들의 주장을 도매금으로 무시해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싱글암프의 매력이나 강점은 회로의 단순성에 있다고 보인다. 여러 기술적인 면에서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싱글암프는 그 실현상의 단순함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원리상, 혹은 이론상으로 좋다고 해서 이를 구현한 최종결과물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가령 푸쉬풀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퓨슈 부분과 풀 부분의 발란스가 잘 맞아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정도 이상으로 벗어나면 그야말로 싱글만도 못한 성능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싱글암프에는 그 암프의 제작자 혹은 소유자들의 감성을 자극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지는 않을까? 이런 것은 측정기로는 잴 수 없다.
그냥 점심식사 후의 단상을 끄적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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