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 시간: 2011-06-07 08:13:56
하이엔드 오디오에는 유난히도 미신 같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희한한 믿음중에 이런 것이 있다: 즉 CD의 레이불 면에 (즉 상면에) 초록색 마크펜으로 둘레를 칠한 후 풀레이하면 음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볼륨콘트롤의 소리 (즉 볼륨콘트롤에 쓰인 가변저항기)를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수퍼 귀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데 아마도 이사람은 스피커 케이불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보다 한 수 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즈음에는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오래전이겠지만) 전원 케이불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위의 두 사람들보다 한층 더 상위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런 “울트라 수퍼” 귀를 가진 사람들 덕분에 오디오 용 전원 케이불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커티쥐 인더스트리가 생겨난 모양이니 전기쟁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나쁜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예와 같은 허무맹랑한 예는 아니지만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거의 종교적 신앙정도의 믿음 중에는 약해서 DHT로 명명되는 직열형 3극관을 사용한 암프가 소리가 좋다는 전설(?!)이 있다. 이 이야기는 오디오 성서에 금과옥조로 박혀 있으니 필자로서도 믿지 않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이번에 6LB6싱글을 만들면서 약간의 의문을 제기해 보는 계기가 있었다.
필자는 6LB6 싱글 암프의 제작을 끝낸 후 차분히 앉아서 이런저런 쏘스를 들어 볼 기회를 가졌었다. 그 중 필자가 이런 목적에 자주 사용하는 CD는 체스키 레코드에서 나온 “디 얼티밑 데몬스트레이숀 디스크” 인데 이 디스크를 차분히 듣다보니 6LB6암프의 소리와 300B싱글의 소리가 아무리 들어봐도 크게 구별이 안간다. 아니, 오디오 성서의 금과옥조에 따르면 분명 300B싱글이 월등히 좋아야 하는데 필자가 조금이라도 정직하게 말할려면 6LB6소리가 더 좋다고 해야 맞다. 그러니 필자의 귀에 문제가 있거나 오디오 금과옥조에 문제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필자는 항상 기본으로 돌아가 본다. 직열형 진공관과 방열형 진공관의 차이를 생각하고 왜 직열형 진공관의 소리가 좋을 수밖에 없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흠….. 직열형 진공과의 필라멘트에서 방출되는 전자와 방열형 진공관의 음극에서 방출되는 전자가 서로 다른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DHT의 소리가 좋다는 주장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도 이 주장에는 일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그 해답을 역사적 관점에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직열형 3극관들은 대개 진공관 발달사의 초기에 설계된 관들이 많다. 당시 설계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보다도 직선성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후에 이 설계 목표가 직선성 보다는 효율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5극관이 나온 것일 것이다. 따라서 직열형 3극관들 중에는 직선성이 좋은관들이 많고 따라서 소리가 좋다. 즉 직열형이기 때문에 소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직열형 진공관 중에 직선성이 좋은 진공관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상 방열형 3극관 중에서도 직선성이 꽤 좋은 관들이 있다. 가령 전압안정 회로용으로 설계된 6AS7같은 관도 설계범위 내에서 사용하면 5%정도의 디스토션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직선성이 좋다.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가 보니 수퍼 트라이오드 커넥션을 한 6LB6싱글의 소리가 나쁠 이유가 없고 300B보다 못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론상 싱글암프는 저역이 약하다. 그런데 필자가 제작한 6LB6 싱글을 들을 때면 전혀 저역이 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9W 암프에는 과대하게 큰 출력트랜스를 사용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싱글암프를 만들 때는 큼직한 출력트랜스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808 암프 제작하시는 분들도 큼직한 출력트랜스를 사용하시라는 충고를 드리고 싶다.
6LB6은 5극관이 맞습니다. 바로 밑에 제가 올린 제작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론적인 면에서 관찰을 한다면 스피커 케이불 만큼 황당한 사기(?)도 드믈다는 생각입니다만 자기돈 자기 마음대로 쓰겠다는 사람들을 말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암프의 출력임피던스는 컴풀렉스 (저항 분 뿐만 아리라 리액턴스 성분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고 스피커 임피던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두 컴풀렉스한 쏘스와 로드를 가청주파수 전역에 걸처 최적화 한다는 것이 케이불 장사들의 이론적 근거일 테인데 글쎄요... 혹시 음질에 차이를 느낄 수 있다해도 이는 그 특정한 경우에 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일반적인 응용은 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본인의 경우 스피커 선은 그냥 넉넉히 굵은 전기줄을 씁니다.
그 옛날 비닐 판으로 들을 때에는 프리 암프 입력측과 카트리지간의 인터랙션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는데 당시 꽤 유명한 오디오 엔지니어(지금 잠깐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가 이 문제만으로 새로운 프리암프를 설계해저 한동안 장사를 잘 해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인터커넥팅 케이불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탈 시대에서 디지털 시그날의 형태로 인터커넥팅을 한다면 동축케이불이나 광 케이불을 쓰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질 좋은 쉴드케이불을 쓰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 이론이 적용됩니다. 프리(혹은 메인) 암프의 입력측도 물론 저항성분이 주된 성분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컴풀렉스이고 소스의 출력임피던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인터커넥팅 케이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를 사람의 귀로 식별이 가능한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가 6LB6 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를 강OM이 발명한 특별한 3극관 결합을 했을 경우 직선성이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그 내부 임피던스가 매우 낮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출력관의 내부 임피던스가 작다는 것은 출력트랜스의 입장에서 자신을 드라이브하는 쏘스 임피던스가 작다는 말입니다. 이런 경우 출력트랜스의 주파수 특성이 개선됩니다. 출력 임피던스를 낮게 잡을 수 있으면 출력트랜스의 설계도 쉬워집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엔지니어 이름이 홀만(?!)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상 이사람이 스피커 게이블 커티지 인다스트리가 탄생하도록 말미를 제공해 준 사람이라고 기억됩니다. 이 사람이 카트리지와 프리암프 입력측의 인터랙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이래 비슷한 문제가 메인암프 출력단에도 있지 않느냐 해서 생긴것이 스피커 케이블 비지네스(?)란 기억이 납니다. 카트리지는 엘렉트로 마그네틱 디바이스 이고 스피커도 마찬가지니 같은 문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거겠지요. 이 홀만은 써라운드 사운드의 표준에도 관여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본인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치계, 종교계에는 사기꾼들이 득실 거리지만 기술계에는 그다지 흔치 않다고 봅니다. 다만 오디오에서 스피커 케이불과 1,000여불을 호가하는 전원 케이블은 제 입장에서 명백한 사기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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